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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의 질문

지완소 2019. 11. 26. 22:47

조정래 작가의 장편 소설

천년의 질문을 우연한 기회에 접하였다.

살아있는 신화

'지금까지 원고지에 자필로 글을 써 내려가는 작가는 김훈 작가와 나 그리고 김유정 작가 셋 뿐이였다.'

라는 인터뷰를 들으며 대단히 신기하고 관심이 쏠렸다.

 

그가 지니고 있는 커리어는 대단했다. 명성과 히스토리에 눌려 대단할것이라는 부푼 기대에 첫 장을 읽었다.

결과는 참패... 첫번째 챕터를 다 하지도 못하고 풀이 죽어 버렸다.

하지만 괜찮다. 책은 읽고 싶을때, 그 책이 원할때 숙성의 시간을 갖는것이 더욱 풍부한 맛을 내는 법.

 

그렇게 2개월 정도 지났을까? 로마인 이야기를 주욱 읽어 나가던차 잠시 기분 전환 할 겸 그 책이 눈에 들어온다.

 

다시금 책을 잡았다. 이번엔 달랐다. 

궁금함과 내가 처한 현실을 겹쳐가며 이리저리 노닐다 보니 벌써 1권이 끝이 났다. 재벌 기업의 이야기, 가난한 정의를 추구하는 기자, 생활고에 시달리면서 자본주의의 유혹의 선을 아슬아슬 줄타기 하는 주부, 참담한 현실을 마주하는 시간 강사, 재벌을 이용하기위해 속고 속이는 사람들의 관계 속에서 드디어 나는 조정래 작가의 필력에 실소를 금하지 못하였다. 대단한 몰입감과 혼자서 썻다고는 상상도 하지 못할만큼 디테일한 전개와 특정 인물이 등장할때, 시작할때 묘사되는 특유의 방식들이 비소설만 읽은 나에겐 새로운 충격과도 같은 하나의 사건 이였다. 

 

다음날 나는 단숨에 교보문고로 달려가 2권을 구입하여 내리 읽어 나갔다.

밥을 먹으면서도, 이동중에도, 일하면서도 궁금했다. 다음이야기가, 어떻게 전개 될 것인가. 

내가 김태범이라면, 장우진 이라면, 등장인물들이 처한 상황에서 나라면 어떻게 선택했을까 생각하며 읽어 나가기란 너무나 흥미 진진하였다. 

 

특히 유배아닌 유배간 검사를 위해 보낸 장우진의 여러통의 편지는 가히 일품이였다. 

전에도 보지 못한 표현 방법과 내가 알고 있는 한글을 이용하여 이렇게도 공손하고 기품있는 문장을 사용할 수 있다는 사실에 또 한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두어날을 정해 알려주시면 최대한 맞춰 보겠습니다. 라는 구절을 보았을때 나는 반성하게 되었다.

정말로 사람을 이해하고 배려한다면 이런 반응이 당연하겠지만, 나는 이런 생각을 해본적이 없었기에 신선한 충격이 이어졌다. 마찬가지로 책을 덮었을때 잔잔한 울림과 다음 3권을 보고싶은 욕구가 증폭되었다.

 

아침 일찍 일어났다. 어서 준비하고 잠실 교보문고로 갔다. 가서 계산할 시간 조차 아까웠다. 

우선 빈자리 부터 찾아 앉아 자리를 잡고 본격적인 작가의 세상에 온 정신을 집중했다. 

1편에서부터 그들의 감정을 따라 온 3편에선 새로운 사건들과 변화된 사람들의 행동 생각이 또다른 궁금증을 유발하고 

나아가 나의 기대는 더욱 증폭되었다. 

드디어 기승전결 중 결에 해당하는 부분을 만났다. 

 

뚜껑은 열렸다. 

하지만 그 안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나는

허무 했다. 

 

작가라면, 그렇게 유명한 작가라면, 결론을 똑부러지게 내야 하는것 아닌가?

 

나의 착각 이였다.

 

그는 내가 가진 생각을 그안에서 찾아가길 바랐다.

이제는 이해할 수 있다. 

열린 이야기로 모두가 각자의 생각속에서 끝없이 펼쳐지길 바라는 그의 마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