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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동안 상담 받은 나의 의야기

지완소 2019. 11. 29. 22:55

안녕하세요

 

오늘은 제가 14년도부터 지금까지 상담을 받으면서 느끼고 변화하고 성장했던 과정을 나눠볼까 해요.

 

먼저 떠오르는 기억은 23살때, 말년 휴가를 나왔을 때 같은데 복학을 하기 위해 학비를 벌어야 했어요.

그래서 이왕 하는거 젊을 때 몸 쓰는 일로 힘들게 돈을 모아 보자는 패기로 거제도에 있는 조선소에 가기로 마음을 먹습니다. 그러고 나서 서류들을 알아보고 준비하고 있었어요. 그러던 차 저는 패션 디자인 전공이었는데 의류 브랜드에서 일하는 선배에게 연락이 옵니다. 그래서 전역 인사차 점심 식사를 하게 되는데 저는 그때 옷가게가 돈을 그렇게 많이 버는지 몰랐어요. 들어보니 안에서 깔끔하게 일하는데 돈도 많이 주네? 또 아는 사람도 있기에 마다할 이유가 없어서 바로 면접을 보고 직원으로 일하게 되었습니다.

 

그때 저는 모아둔 돈도 없어서 서울에서 자취하고 있는 누나와 함께 살면서 학비를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뭔가 순조롭게 진행 되고 있다 생각하던 차에 막연하게 느끼는 불안한 감정과 미래에 대한 걱정들이 마음속 깊은 공간에서 스멀스멀 올라오는 걸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혼자 망상에 빠지기도 하고 기운도 없고 주위에 일하던 동료들은 무슨 일 있냐고 계속 물어보는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그 정도 시기에 어렴풋이 '아 나는 상담이 필요한 사람인 것 같아'라는 생각을 했었어요. 그래서 이런 상태를 누나에게 나눠보니 자신도 상담이 필요한 것 같다고 이야기해서 막연하게 같이 병원을 찾아보자고 매듭을 지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기억 속으로 잊혀버리는 추억이 되었습니다.

 

어느덧 6개월정도 지나니 통장에는 한 학기 학비와 월세 정도 감당할 수 있는 금액이 쌓여있었습니다. 초기에 마음먹었던 목표를 달성하니 이제 퇴사할 날을 손꼽아 기다리면서, 마침 제가 군에서 감명 깊게 읽은 책의 저자가 주최하는 2박 3일 독서 캠프가 열려 참가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드디어 당일, 경기도의 한 지역에 작가와 독서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중에 특이한 중년 남성분이 저의 시선을 사로잡았습니다. 뭔가 아버지뻘 돼 보이는 사람인데 청년들이 많은 장소에 참석하기도 하고 20대부터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이 잘되는 모습을 보고 지금까지 생각한 중년 남성에 대한 이미지가 조금 변화되었습니다. 더 놀라웠던 건 중년 남성의 직업은 심리 상담사였습니다. 지금 돌아보면 그때의 만남이 저의 첫 번째 중대한 삶의 터닝 포인트였던 것 같아요.

 

상담 선생님과 같은 방에 배정되어 종일 같이 다니며 궁금한 걸 물어보라 하시며 하나 둘 이야기 했던게 기억납니다. 그때 제 친구가 살이 너무 쪄서 다리가 아파 더 이상 먹으면 죽을 수도 있다는 의사의 말에 그 친구가 걱정된다는 걸 물어봤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20대 초반의 순수한 질문인 것 같네요. 선생님은 능수능란하게 방안의 사람들과 나누는 이야기를 주도했고 같이 있던 사람들을 편하게 해주는 장면을 연출하셨습니다. 하지만 일정이 바쁘셔서 1박만 하고 다음날엔 돌아간다고 하셔서 마지막 날 아침엔 정말 먼저 가셨습니다. 저도 인연은 여기까지 인가보다 생각하고 집으로 돌아가 푹 쉬었는데 그다음 날 먼저 만나보지 않겠냐는 문자에 두 가지 마음이 일어났습니다. 첫째는 내가 살면서 언제 박사님하고 대화를 나눠 볼까 하는 기대와 호기심, 두 번째는 한 시간 반 정도 걸리는 거리를 가서 나는 무엇을 얻을 것 인가에 대한 회의가 일어났습니다. 그렇지만 당시엔 호기심이 하늘을 찌르는 시기인지라 두말없이 지하철에 몸을 싣고 생전 가보지도 듣지도 못했던 그곳으로 출발했습니다.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