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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와 마친가지로 인생 또한 힘을 빼야한다.

지완소 2020. 6. 21. 22:40

골프를 칠 때 초보들은 어깨부터 시작하여 모든 부위에 힘이 잔뜩 들어가 몸이 경직되어 있다.

그런 상태에서 볼을 치게 되면 삑사리나 미스가 뜨게 된다.

 

프로들은 항상 강조한다.

 

몸에 힘을 빼고 쳐야 한다.

 

그러면 비거리도 늘어나고 자세도 좋아지게 된다.

 

자전거도 마찬가지다. 

 

초보자들은 허벅지나 사타구니, 손목 등 여러 군데가 아파온다. 힘이 들어가서 그렇다.

 

그렇다면 인생은 어떨까?

 

 

108배를 하면서 내 인생을 돌아보니 문뜩 '잘 살아야 한다'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열심히 살자, 인정받아야 한다, 성공해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과도한 책임감을 어깨에 짊어지고 조그마한 두 손으로 움켜쥘 수 있는 건 전부 쥐고 놓지 않으려고 애쓰고 있다.

 

잘하려는 생각을 내려놓고 싶다.

 

나는 언제부터 잘하려고 생각해왔을까?

 

이런 의문 속에 유치원 시절의 이미지가 떠오른다.

 

어머니의 손을 잡으며, 헤어지기 싫어하는 나의 모습. 

사랑을 갈구하며 나만 바라봐 주길 바라는 어린 모습이.

 

독립을 한 지 9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머릿속은 어머니에게 의존하려는 생각이 남아있다.

그때부터였을까?

 

인정받고 사랑받고 싶은 마음이 스멀스멀 올라와 의식의 밑바닥을 잠식하여 콘크리트처럼 굳어져 버렸다.

그리하여 처음부터 그곳에 있던 것처럼 당연한 생각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처음 시작하는 일을 접할 때 알아보고 찾아보고 준비하게 된다.

이런 것들이 잘하고 싶은 마음에 일어나는 행동이다.

 

하얀 배경에 글자를 하나씩 수놓는 일 또한 막막했다.

 

어떤 내용으로 채워야 하나, 글 구성은? 동기나 주제는?

 

고민하는 사이에 결국 한자도 못썼다.

 

한 번도 글을 써보지 못한 사람이 명문장을 만들 수 있을까?

대답은 아니오입니다.

 

머리로는 알고 논리적으로도 맞는 이야기이지만,

 

나에게 적용할 때엔 용납이 안된다.

나는 처음부터 잘해야 한다.

 

이런 생각이 사로잡혀 있다.

 

이런 생각은 나는 왜 이거밖에 못하지?라는 생각으로 깊은 수렁에 빠지기 시작한다.

 

이런 사이클이 반복되고 2주 이상 지속되게 되면 가벼운 우울증이 시작된다.

입맛이 없어지거나, 혹은 너무 많이 먹게 되거나,

삶의 의욕이 없어지고, 동기 또한 사라진다.

가만히 있고 싶고, 모든 걸 포기하고 싶어 지는 그런 상태다.

 

당신은 어떤가?

 

내 이야기를 들어보니 어떤 기분인가.

 

눈을 감고 마음을 들여다보니,

어두운 밤, 앞으로 달려가야 하는데 자꾸 뒤돌아보는 내 모습이 보인다.

지금은 앞만 보며 뛰어가야 할 시기인데, 무언가 내 발목을 잡고 있다.

그것은 다름 아닌 나 자신,

성공을 바라지만 성공을 막는 모순적인 나,

 

이 또한 욕심인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