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깨달음의 장 다녀온 20대 후기

지완소 2019. 12. 3. 12:03

어릴 적 내 주변에는 교회를 다니는 친구들과 가까운 거리의 장소 덕분에 종교는 기독교가 친숙했다.

 

20대가 되고 우연한 기회에 법륜스님의 즉문즉설에 참석하게 되었다. 

사실 지인의 소개로 참석했다. 어떤 스님이 앞에 등장하길래 내 마음속의 걸림이 일어났다.

불교는 뭔가 미지의 영역, 기복신앙이라는 생각이 깊게 자리 잡고 있어서였다.

 

그래도 이왕 온 거 무슨 이야기를 하나 들어보자는 마음으로 자리를 지켰다.

처음에는 거만하게 팔짱을 끼고 들었지만 시간이 점점 지나다 보니 자세를 고쳐 바르게 앉게 되고

내 얼굴에는 어느덧 미소가 번지고 있었다.

 

신기했다. 그리고 재미있었다.

 

어떻게 애 한번 안 키워본 스님이 아주머니와 아저씨들의 자기들의 인생사를 풀어놓은 즉시 유쾌하고 허를 찌르는 

촌철살인을 날릴 수 있을까?

 

이렇게 실생활에 살아 숨 쉬는 게 불교라면 배워보고 싶은 호기심이 일어났다.

 

그런 차 깨달음의 장이라는 프로그램이 있다는 걸 접하게 되었고,

휴가를 내어 떠나게 되었다.

 

친구들은 비행기 타고 해외로 떠날 때 나는 산속으로 향했다. 

도착한 그곳엔 다양한 사람들이 각양각색의 자신만의 이야기를 가지고 왔다.

그러고 나서 함께 보따리를 풀어 엉켜있던 마음의 실타래를 둥그렇게 앉아 가운에 풀어놓고는

다시금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때 나는 알게 되었다. 

 

내가 가진 이 실타래가 끝없이 뒤엉키고 섞여있기에 풀기 제일 어렵고 그렇지만 이것 먼저 풀어야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으나,

다른 사람들이 가진 문제들을 보며 내 문제는 아무것도 아녔음을, 그냥 버리거나 그대로 가져다 써도 되었을 것을,

내 문제의 수준의 정도를, 세상엔 수많은 문제가 있음을 알게 되었다. 

 

문뜩 어떤 장애 복지사가 이야기한 구절이 생각난다.

 

팔이 없는 아이와 다리가 없는 아이, 눈이 안 보이는 아이와 귀가 안 들리는 아이들이 함께 놀고 있었는데 그 모습을 본 복지사가 한 명씩 아이들에게 가서 이렇게 물었다.

"누가 제일 힘든 상황이라고 생각하니?"

 

네 아이들의 대답은 같았다.

"저는 아닌 것 같아요"

 

 

시간이 흐를수록 남에게 보여주기 싫어서 마음속에 처박아 두었던 쓰레기들이 하나 둘 비워지며 가벼워졌고,

그날 나는 온몸을 다하여 기쁘게 웃다 진심으로 행복의 눈물을 흘렸다.

 

그동안 쓸데없는 가치에 에너지를 쏟아부었던 지난날을 바라보며 새로운 시작을 할 수 있는 에너지가 생기고

서울로 돌아왔을 때 난 

새로 태어났다고 느꼈다. 마치 태어나 숟가락질을 배우는 아이처럼, 군대의 문화를 배우는 이등병처럼,

그러하듯 다시 세상을 인식하고 생각하는 법을 배우게 되었다.

 

깨 장을 다녀오기 전 읽었던 책에서 이해가 안 되는 구절을 만난 적이 있다.

 

책을 읽을 때 내가 습득하는 지식의 양이 처음에는 없다가 점점 점으로 받아들이고

그다음엔 선, 나아가 면, 점차 의식이 확장되다가 나중에서는 지식이 폭포수처럼 쏟아진다는 내용이었다.

 

깨달음의 장을 다녀온 지금,

그 표현이 마음속 생생하게 그려지며 글자 넘어의 경험을 이해하게 되었다.

죽기 전에 이런 체험을 하게 해 준 정토회가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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